◀ 앵 커 ▶
오늘(3일)은 제주 4.3 76주년입니다.
제주에는 4.3 역사관과 전시관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에 가해자들의 정보는
온전하게 기록돼 있지 않아
반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제주문화방송 김항섭 기자입니다.
◀ 리포트 ▶
4.3 당시 제주 최대의
집단 수용소였던 주정공장 터.
이곳은 불법군사 재판을 받은
2천500여 명과 한국전쟁 이후
예비검속으로 끌려온 주민들을
감금하는 장소였습니다.
◀ st-up ▶
“4.3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주정공장 터에는 70여 년 만에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역사관이 들어섰습니다.”
주정공장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거나 학살됐습니다.
일부는 현재 제주국제공항인 정뜨르
비행장에서 총살되기도 했고
많은 수용자들이 바다에 수장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 INT ▶ 김유신 / 문화관광해설사
"어느 한 사람도 진짜로 정말 죄가 있어서 죽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한 분 한 분 모두 고귀한 생명들이고 그 사람들이 인생이 송두리 째 (사라져 버린 거죠.)"
문제는 이곳 역사관의 기록들이
사실상 반쪽에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 st-up ▶
“역사관 전시물에는 희생자들의 죽음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관 어디에서도 희생자들이 왜,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지는 전혀 설명돼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전시물은 모두 20여 개.
[ CG ] [피해에 대한 부분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학살 명령을 내린 군 수뇌부의 이름이나
가해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INT ▶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수용소를 관리하고 책임졌던 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있죠. 당시의 군일텐데.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도 가해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2008년 개관한
제주 4.3 평화기념관에도
가해자들의 실체는 가려져 있습니다.
◀ st-up ▶
“제주 4.3 평화기념관에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작품은 아예 가려지거나 원래 모습이 훼손된 채로 전시돼 있습니다."
수많은 행방불명자들을 상징하는 그림과
그 원인을 향하는 수많은 선들.
하지만
작품 가운데는 검게 가려져있습니다.
원래 타임지에 실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이있었지만
개관 당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가려졌습니다.
‘미국의 원조를 적극화하기 위해서
제주도 사건 등을 가혹하게 탄압하라’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학계에서는 4.3 문제의
명백한 책임자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오라리 방화 사건에서
경찰의 책임을 만화로 그린
김대중 작가의 작품은
아예 다른 전시물로 바뀌었습니다.
◀ INT ▶ 박경훈 / 4‧3 평화기념관 개관 당시 전시기획팀장
"배보상 얘기까지 되고 4.3 해결을 얘기하는 입장에서 그런 가해자들의 진실을 밝히는 작품이 여전히 가려져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죠. 뭔가 하나 나사가 빠진 얘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원위치대로 복원시켜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해와 상생이라는 오래된 화두의
전제 조건은 가해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사과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해서
가려진 가해자들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MBC뉴스 김항섭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