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통화 내용을 한 번 들어볼까요?
1분 30초의 통화로 항생제 100알을 처방받은 이 남성. 사실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의 수사관입니다.
수사관은 실제로 아픈 곳이 없었지만, 비대면진료 어플을 통해 5개월 치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의사는 퇴근 후 병원 밖에서 진료하고 있었습니다. 비대면진료라도 의료기관 안에서 진료를 보도록 한 의료법 위반입니다.
■ 퇴근 길 차 안에서, 퇴근 후 집에서 비대면진료
서울시는 최근 "병원 문이 닫혔는데도 심야시간에 비대면진료를 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비대면진료란, 스마트폰이나 PC 등 IT기기를 이용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즉,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통화나 화상 연결로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겁니다.
민사경은 이번 달 현장점검에 나섰고, 비대면진료 어플을 통해 퇴근 후 병원 밖에서 진료하는 의사 4명을 의료법 위반 행위로 적발했습니다.
일부는 퇴근하는 차 안에서, 일부는 퇴근 후 집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습니다.
■ "강아지 먹이려고 하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진료 내용도 부실
적발된 또 다른 의사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시죠.
강아지에게 먹일 항생제를 처방해달라는 수사관.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장 3일 치 항생제를 처방해줍니다.
이 외에도, 수사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아무런 질환 없이 발톱무좀약, 안약, 탈모약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았습니다.
비대면진료는 간편한 만큼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환자의 증상이나 상태에 더 집중해 진료해야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 간단하고 형식적인 처방만 하고 있던 겁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적발된 의사들의 통화내용을 확인해, 병원 밖의 진료행위가 더 있었는지 수사하겠다고 전했습니다.
■ 5월부터 종료 예상…정식도입 논의 활발
비대면진료는 2020년 2월, 국내 코로나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심각’ 단계로 격상된 만큼, 의료기관에 방문했다 감염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초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의에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 예상되면서, 비대면진료도 5월쯤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가 WHO에서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국내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 조정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를 정식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국회 여야의원들로 이루어진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은 최근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기존에 발의됐던 의료법 개정안은 재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 "의료 접근성 향상" vs "환자 건강권 침해"
비대면진료 정식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진료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진료 산업계는 14일부터 ‘비대면진료 지키기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손 쉽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만큼 환자의 건강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는 환자가 진료실을 걸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비대면 진료의 경우 확진을 위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기능검사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진 환자의 경우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을 침해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새롭게 발의된 개정안 내용인 ‘초진 비대면진료’로 인한 건강권 침해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작년에도 비대면진료 불법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행하거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을 조제하는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은 오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765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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